두척산앞의 학사대에는 / 斗尺山前學士臺 고운의 옛일이 뜬 먼지 같네 / 孤雲往事若浮埃 정신이 팔방에 노니 신선 될 자질이라 일컬었고 / 神遊八極稱仙骨 명성이 중국을 진동시켜 대문장가를 감복시켰네 / 名動中華伏藝魁 다리 아래 봉래산과 방호산은 두 덩이 흙이요 / 脚下蓬壺雙塊土 눈 속 푸른 바다는 작은 항아리라 / 眼中滄海小甁罍 맑은 기풍에 칠백 년이 어제 같은데 / 淸風七百年如昨 홍류동에 들어가더니 끝내 돌아오지 않네 / 一入紅流竟不廻
어젯밤 동헌에서 술 마실 땐 / 昨夜東軒飮 연꽃이 온 연못에 가득했고 / 荷花滿一塘 새벽에 바람이 집으로 불어오니 / 朝來風入戶 향기가 옷에 있네 / 香氣在衣裳
昨夜東軒飮。荷花滿一塘。朝來風入戶。香氣在衣裳。
간송속집 제1권 / 시(詩)○오언율시(五言律詩)
갑인년(1614, 광해군6) 답청에월영대에서 놀며 신오봉 어른의 시에 받들어 차운하다〔甲寅踏青日遊月影臺奉次申梧峯丈〕
고을 오래되어 무너진 성가퀴 남아있고 / 郡古餘頹堞 누대는 황량하여 옛날 자취 없어졌네 / 臺荒沒舊蹤 노을은 저녁 풍경을 물들이고 / 煙霞粧暮景 복숭아와 버들은 봄 모습을 뽐내네 / 桃柳媚春容 흥이 일면 시를 다투어 짓고 / 發興詩爭筆 근심을 풀려고 잔에 술을 가득 따르네 / 消憂酒滿鍾 신선세계에서 좋은 때를 보내니 / 仙區酬令節 우리 오봉 어른에게 감사하네 / 珍重我梧峯
郡古餘頹堞。臺荒沒舊蹤。煙霞粧暮景。桃柳媚春容。發興詩爭筆。消憂酒滿鍾。仙區酬令節。珍重我梧峯。
간송속집 제1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아림현에서 신군보를 만나다〔娥林縣遇申君輔〕
홀로 가는 먼 길에 공연히 괴롭게 읊는데 / 踽踽窮途謾苦吟 비장하게 노래하다 어느 곳에서 지기를 만날까 / 悲歌何處遇知音 떠돌다 만나 아림의 원님과 한 번 웃고는 / 萍逢一笑娥林倅 잠깐 만나 뜻밖에 마음을 같이 할 것을 허락하네 / 傾蓋居然許斷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