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년에 아버지 상을 당하자 시묘 살이를 법식대로 끝냈으며 어머니를 18년간모시면서 낯빛이나 봉양함에 어그러짐이 없었다. 계사년에 어머니 상을 당하였는데 그때 정녕 크게 어지러워서(? 그때 정묘호란으로 크게 어지러워서?) 예의를 차릴 겨를이 없었음에도상치르고 장례 지냄에 한결같이 예의와 제도를 따랐고 추모하는 정성이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큰 아버지를모시면서 우애와 공경함을 다하였고 여러 자제들을 의로운 방향으로 가르쳤다. 일찍이 절구하나를 지어 이르되, “자기 몸 건사하기는 신발짝처럼 박하게 하고, 남을 대할 때에는한결같이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라. 겸손하지 않으면서 이익을 챙기면 네 자손에게 욕이 될까 걱정하라.” 또 반드시 단아한 이를 벗 삼았으며 망령되지 않기를 교유하면서 경계하였다.향당에 처할 때에는(동리에서는) 겸양하고 공손하게스스로 낮추었으며 남들과 다투지 않으셨다. 누군가 상을 당하면 온 힘을 다하여 서로 구하지 않음이 없었다.
계갑년 전쟁으로 흉년이 든 해에 죽조차 제대로 먹기 어려웠어도 굶주리는 친척이 있으면 반드시 두루 마음써주셨다.
평생 나쁜 말을 하시거나 급한 낯빛을 보이시지 않으셨고 입으로 남의 잘못을 말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좋아하고 싫어하시는 것이나 취하고 버리는 바가 한결같이 의로써 하셨으며 바른 도를 굽혀 억지로 맞추려한 적이 없으셨다. 집이 누추하여 텅 비어도 그러려니 하면서 개의치 않으셨고 안타까와 하거나 개탄하지않으셨다.
嘗曰 吾見世人 勤苦營産 以遺子孫 而有不能守者 此不知命也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세상사람들을 보니 애쓰고 노력해서재산을 키워 자손에게 물려주어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있는 것은 자기 운명(명?)을 모르는 것이다.” 하셨다.
中年多疾 守靜養痾 攻擧業 屢中鄕鮮 而亦未嘗留意焉
중년에 병이 많아 조용히 정양하시었고 과업에 종사하여 누차 향시에 붙으셨으나 또한 마음에 두지 않으셨다.
甲寅六月二十七日 以疾終于正寢 享年六十五
갑인년 6월 27일에질환으로 정침에서 돌아가셨으니 향년 65세였다.
配順天朴氏 端良仁孝 允恊公德 事君子訓子女 皆可爲壺範
부인은 순천 박씨로 단아하고 어질며 인자하고 효성스러우셨으며 마땅하고 화합하시어 공정하고 덕이 있으셨다. 지아비 섬김이나 자녀를 훈육함에 모두 규범이 되었다.
與公同年生 而歿亦同年 四月 十六日 是歲 十二月 二十八日 丙午 合葬于義城縣 五土山 兊向之原
공과 같은 해에 태어났으며 같은 해에 돌아갔는데 4월 16일이었다. 이해 12월 28일 병오에 의성현 오토산 태향 언덕에 합장하였다.
嗚呼 以公兩美之相合 宜其克享遐福 而身不免窮厄 壽亦靳耊 艾天之報 施善人果止於是也耶
오호, 공께서는 두가지 아름다움이 서로 화합하였으니 마땅히 오래도록복을 누리셔야 마땅할 것인데 몸은 가난과 어려움을 면하지 못하셨고 수명 역시 겨우 여든이라 하늘이 보답하여 착한 이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 과연여기에서 그치고 마는 것인가.
崇禎己巳 贈公通政大夫 承政院左承旨兼經筵參贊官 以男達道 參寧社原從故也
숭정 기사년에 공이 통정대부 승정원좌승지 겸경연참찬관으로 추증되었으니 아들 달도가 영사원종공신이 되었기때문이다.
자녀는 모두 여섯이다. 맏아들은 적도이며 병오년에 진사가 되었고벼슬은 상운도 찰방까지 하였다. 둘째 아들 달도는 계해년 정시에 장원급제하였고 지금은 사헌부 장령이다. 그 다음 아들 열도는 갑자년 증광시에 발탁되었고 병조 좌랑이다. 딸들중 맏이는 선비 김유엽에게 시집갔는데 후사가 없다. 둘째 딸은 훈련원 봉사 임내중에게 시집갔다. 셋째 딸은 첨정 박종교와 혼인하였다. 내외 자손이 남녀 약간 명인데모두 공의 뜻을 따라 집안에서 실천하려는 뜻이 있으니 하늘이 내린 복과 선함의 도리가 오늘날 기대함이 있는 것이다.
장령(달도)이 세계와행적을 기록하여 내게 지문(誌文)을 청하니 나는 공에 대해이종형제라, 내가 어려서 의지할 아버지를 잃었는데 종모님께서 가엾게 여기셨고, 공 또한 친동생처럼 보아주셨습니다. 임진년 전란 때에 공께 의지하여위아래 없이 목숨을 맡겼으며 생사를 같이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형의 행실이 돈독하심을 알았으니 막역하여동생처럼 여겨주셨습니다. 칭찬하고 높이 받듦에 능하지 못하지만 넘치는 아름다움에는 흠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순후하고 효성스러우며 우애심 깊음이 지극하시고 아름다운 말씀과 마땅하신 행동에 대해 세상에서 칭송하는 바가많으나 지금 모두 서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