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호계선생유집에는 이 구절이 “의를 앞세운 날 몸을 가벼이 여기더니 상소로임금께 속마음 털어놓았도다(仗義輕身日 封章露膽天)”라 되어있다(신적도 저, 신해준 역주. 『역주 호계선생유집』, 도서출판 역락, 2011, p.226).
豊山 金應祖
풍산 김응조
版圖遺緖按廉傳52)餘慶承承世有賢53)
판도판사공이 남기신 실마리가 안렴공에게전해졌네
덕을 쌓은 집안의 기풍이 계속 이어져세상에서는 어진 이들이라 했네.
郵官未容淹逸士 齋郞豈合送殘年
역승 벼슬자리는 숨은 선비가 머물기에부족한데
재랑(참봉벼슬)인들 어찌 남은 생 보내기에 적합하겠는가.
已將萬事輸蘧栩 都把生涯付簡編
이미 장차 만사를 싣고서 훨훨 날아가니54)
생애를 모두 간편(簡編)에 붙이네.
耆舊卽今誰復在 仁鄕回省一潜然55)
나이든 노인이 지금 누가 또 있는가,
그대의 고향을 생각하며 한결같이 잠잠히있네.
52)版圖:고려 때 판도판서를 지낸신윤우
按廉: 안렴사를 지낸 신우
53)김응조의 만사는 호계선생유집에 같은 내용이 실려 있으나, 첫 문장이 “版圖遺緖按廉傳”이 아니라 “退齋遺緖悔堂傳”이라 하여 서로 상이하다(신적도 저, 신해준 역주. 『역주호계선생유집』, 도서출판 역락, 2011, p.225 참조).
54)蘧栩: 장자의 호접지몽을 가리킴.
55)인향(仁鄕) : 상대방이 있는 고장을 가리킨다.
年友 朝奉大夫 前行黃山道察訪 朴檜茂
오랜 친구 조봉대부 전행황산도찰방 박회무
蓮榜當年作弟兄 又緣姻婭最多情
과거 합격한 그해부터 형제처럼 지냈고,
또 혼인의 인연이 있어(동서가 되어) 정이 더욱 깊었네.
地遐常 老至那知隔死生
사는 곳이 멀어 언제나 그립지만 서로찾아가는 것은 소홀했는데,
늘그막에 어쩌자고 생사가 갈리게 되었음을알았는가.
滿眼兒孫年九十 人間壽福子能竝
눈에 가득 아들이며 손자들인데 나이가 90이라.
인간 세상의 수복은 자식과 함께 할 수있네.
吾衰未執歸泉紼 題挽深慚范巨卿56)
나도 쇠약해져서 상여끈 잡을 수 없어,
만장문 써서 보내니 범거경에 비해 너무부끄럽도다.
56)범거경(范巨卿) : 후한(後漢)때 범식(范式)으로, 거경은 그의 자이다. 범식과 장소(張劭)가 서로 친하게 지냈는데, 장소가 죽어 장사 지낼 때 범식이 미처도착하지 못하였다. 장사를 치를 날짜가 되어 발인(發靷)해서 폄관(窆棺)할 때가되었는데, 장소의 상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범식이도착하여 상여끈을 잡고서 끌자 상구가 움직여서 장사 지낼 수가 있었다. 《後漢書 卷81 獨行列傳 范式》
折衝將軍 行龍驤衛副護軍 玉山 張應一
절충장군 행용양위부호군 옥산 장응일
聞韶龜智拜姑時
문소의 구지57)에서 고모님께 절 올릴 때
當日吾猶年少時
그날 나는 여전히 어릴 때였습니다.
雖昧歲仍承淸眄
비록 어리석었으나 세월이 흘러 뵈올 수있게 되었는데,
幾多時百蓂壽福
허다한 그때의 갖가지 상서로운 풀은 수복(壽福)을 뜻합니다.
三槺輝光盛一時
삼강(三槺)의 빛나는 광채, 한 때크게 번성했으나
鏡裏盤蛇修夜漠
거울 뒷면의 뱀이 똬리를 튼 무늬인 듯밤은 막막하고
暮天風雪斷魂時
저녁 하늘에 눈보라 날리니 혼백과 단절되는시간입니다.
57)의성의 지명
宗侍生 通訓大夫 前行成均館 司藝 申弘望58)
종친 시생 통훈대부 전행성균관 사예 신홍망
靑春手採鳳池蓮59)晩節郵驂騁海邊
청춘에는 손으로 봉황 연못의 연꽃을 따고(과거에 급제하고),
나이 들어서는 역참에서 일하고 해변에서말달렸네(찰방이 되어 해변을 다스렸네).
一宦明時如夢昧 九旬平日作神仙
한번 밝은 세상에서 벼슬함은 마치 꿈속과같고
구순동안 평온한 나날이라 신선이 되셨네.
誰知靈劒重淵會 可占雲仍百代傳60)
누가 알리오, 영험한 칼이 깊은 연못에 잠겨
먼 후손까지 백대에 전해질 것인지.
秪是鵝宗長老盡 孤生宇宙獨茫然
다만 아주 신씨의 종장 어른께서 나이듦을멈추셨으니(돌아가시다니)
외로운 소생(본인)은 우주에서 홀로 망연해집니다.
58)신홍망의 만사는 같은 내용의 원문과 번역문이 『호계선생유집』에도 실려있다(신적도 저, 신해준 역주. 『역주』호계선생유집』, 도서출판 역락, 2011, p.229).
59)봉지(鳳池) : 봉황지(鳳凰池)의 준말로, 대궐 안에 있는 못을 가리킴.
60)운잉(雲仍): 운손과 잉손으로 먼 후손을 가리킴.
侍生 中訓大夫 前行鏡城判官 洪汝河
시생 중훈대부 전행경성판관 홍여하
一德公攸好 人間五福宜
순일한 덕을 잘 닦았기에, 인간 세상에서 오복을 누려야 마땅하네.
伏生那欠壽62)謝掾却嗟卑63)
복생의 장수가 어찌 흠이 되겠으며, 사연은 낮은 신분 한탄했었네.
蓬島驂鵉去64)丘原宰樹悲65)
봉황의 섬으로 난새를 타고 떠나니(돌아가시니), 언덕(무덤) 부근의 우뚝한 나무가 처량하네.
自憐生苦晩 未認紫芝眉66)
안타까워라 태어나서 늙기까지 고생했지만, 청아한 절개를 남들이 알지 못했네.
葭莩深契分67)因識孟光賢
가까운 친족이라 인연이 깊고, 인하여 맹광의 현수함을 알게 되었네.
和鳳將鳴切 丸熊訓誨專
화답하는 봉황은 장차 울음을 그칠 것이고, 둥근 웅담으로 가르침을 오로지 하리라.
篆碑銘婦德 同穴卽新阡
전각으로 새긴 비명에는 부인의 덕을 새겼으니, 함께 합장하여 새 무덤이 되었네.
看取延平劒 相從會有時[時疑年]68)
합장하여 함께 되었으니 서로 합할 때가있으리라.
61)홍여하의 만사는 그의 문집에도 실려 있고(홍여하, 목재집(木齋集) 권2, 찰방신적도만사[輓申察訪 適道]), 같은 내용의 원문과 번역문이 『호계선생유집』에도 실려있으나후반의 “和鳳將鳴切” 이하 문장은 생략되어 있다(신적도 저, 신해준역주. 『역주 호계선생유집』, 도서출판 역락, 2011, p.228).
62)복생(伏生)은 후한(後漢) 때의 사람으로 90세에 입으로 《서경》의 내용을 전했는데, 그것을 금문상서(今文尙書)라 한다. 《史記卷101 袁盎晁錯列傳》
64)사연(謝椽)은 동진(東晉) 사안(謝安)의 조카 사현(謝玄)을 가리키는데, 젊어서 환온(桓溫)의 서리가 되었기에 사연으로 불렸으며, 환온은 그가 나이 40이 되면 대성할 것이라 칭송했다. 《晉書 卷65 王導列傳》
64)죽음을 의미함. 남조(南朝) 강엄(江淹)의 〈별부(別賦)〉에 “학을타고 은하수에 오르고 난새를 타고 하늘을 난다.”라고 하였다.
65)宰樹(재수): 작자 홍여하의 문집 목재집에는 梓樹(재수: 가래나무)라 기록되어 있다.
66)紫芝眉(자지미):미목이 청수하고 아름답다는 뜻으로, 청아한 절개를 지닌 선비를 가리킨다. 《舊唐書 卷190 元德秀列傳》
67)가부(葭莩) : 가부는 갈대 속의 얇은 막으로, 가까운 친척관계를 비유한다. 《漢書 卷53 中山靖王劉勝傳》
68)본문 주에 [時疑年]라 하였으므로 본문의 時를 年으로 바꾸어 해석하면 “서로 따라서 합하는 해가 있으리라.”가 된다.
侍生 通訓大夫 前行知禮縣監 朴廷薛69)
시생 통훈대부 전행지례현감 박정설
金蘭70)曾許白眉71)君 詩禮家風風所聞
그대는 일찍이 금란지교를 허락한 뛰어난사람, 시와 예의 가풍이 전해졌음을 들은 바 있네.
常擬床前承範采 頻回宅相72)候寒溫
언제나 헤아리니 상 앞에 모범이 되는스승이 있어, 훌륭한 외손을 자주 돌아보며 차갑고 따스함을 물었네.
行臧有命身還逸 壽福無强望益尊
나가고 물러남은 명이 있으니 몸은 돌아와숨었고, 수복(壽福)은끝없고 바램은 더욱 높아지네.
責報他時天何必 佇看餘慶滿于門
하늘은 언젠가 반드시 보답하리니, 기다리면 덕을 쌓은 집안에 경사가 문안에 가득하리라.
69)박정설의 만사는 같은 내용의 원문과 번역문이 『호계선생유집』에도 실려있다(신적도 저, 신해준 역주. 『역주호계선생유집』, 도서출판 역락, 2011, p.239).
70)금란지교(金蘭之交) : 의기투합하는 심후한 우정을 말한다.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 상(上)의 “二人同心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에서 나온 말이다.
71) 白眉: 형제나 제자들중에서 걸출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삼국 시대 촉(蜀)나라 마량(馬良)이 다섯형제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난 면모를 보였는데, 그의 눈썹에 흰 털이 있었으므로 백미(白眉)라고 불렀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三國志 卷39 蜀書 馬良傳》
72)宅相: 진(晉)나라 위서(魏舒)가 어려서 외가인 영씨(寧氏) 집에서자랐는데, 그 집터의 미래를 점친 자[相宅者]가 ‘장차 귀한 외손(外孫)이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 말대로 위서가 나중에 사도(司徒)의지위에까지 올랐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어, 상택(相宅) 혹은 택상(宅相)이외손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晉書 卷41 魏舒列傳》
敎生 前別坐 金時忱73)
시교생 전별좌 김시침
北塞移庭日74)東郵歷拜時
북변의 일 때문에 조정이 옮기던 날, 동쪽 우역을 두루 살피던 때에
杯深慰汎渴 津遣荷恩私
깊은 잔으로 물결 따라 서둘러 떠남을위로하였으니,
나루에는 사사로운 특별한 은혜를 책망하였네.
天上星芒暗 人間耆舊萎
하늘에는 찬란하던 별빛이 어두워지고, 인간 세상에는 노인이 나이들어 시들어가네.
平生尊慕意 惟有季衰知
평생 마음으로 존경하고 사모하였더니 쇠약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네.
73)김시침의 만사는 같은 내용의 원문과 번역문이 『호계선생유집』에도 실려있다. 그러나 둘째 문구의 “杯深慰汎渴”가 『호계선생유집』에서는 “萍逢承眷誨”라 되어 있다(신적도 저, 신해준 역주. 『역주호계선생유집』, 도서출판 역락, 2011, p.237)..
74)移庭(이정): 원문에는 趍庭(추정)이라 하였으나 문맥을 고려하고 통용되던 글자를 확인하여 移庭으로고쳤음.
侍敎生 金尙琦75)시교생 김상기
挽幅傳來取見之 辭云某月葬親期
만장에 쓰는 글이 전해져 와서 받아 읽어보니
써 있기를 어느 달에 어버이를 장례지낸다는소식이네.
鄕中父老猶吾老 公外孫兒又弟兒
동리의 어르신들은 내 어르신과 같은데
공의 외손은 또 내 동생과 같으니.
劒會延平應此日76)䳽歸華表正何時
부부 합장을 하게 되니 응당 이런 날있음이여.
두루미가 무덤 앞에 세운 기둥에 돌아가니어느 때로 정했는가.
從今薄俗無觀感 一倍傷心不勝悲
요즘의 부박한 풍속으로는 보거나 느끼거나함이 없으니
배나 더 마음 상하여 비통한 마음을 이길수 없네.
仰止高山五十秋77)欲言梗槩淚先流
높은 산을 우러르고 사모함이 50년인데
대강만 말하려 해도 눈물이 먼저 흐르네
孝門生育賢門炙 鄕學藏修國學遊
효자 집안에서 나고 길러져 현인의 집안이되니
향학에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국학에서 유학하였는데
小驛難容千里足 故林空晧百年頭
작은 역은 천리를 가는 발걸음을 포용하기어려우니
옛 수풀(고향)에서 백년 머리는 헛되이 빛나네.
箇中所恃猶無蟋 那忍今朝便隔幽
그 중에 믿고 의지하는 바는 오직 없는데
어찌 차마 오늘 아침에 문득 유명을 달리하십니까.
75)김상기의 만사는 같은 내용의 원문과 번역문이 『호계선생유집』에도 실려있다. 그러나 많은 부분 차이가 있으며, 생략된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아이 만사가 원문이고 『호계선생유집』에 실린 만사는 다시 정리된 글로 추정된다(신적도 저, 신해준 역주. 『역주 호계선생유집』, 도서출판 역락, 2011, p.237).
76)劒會延平: 진(晉)나라 때 뇌환(雷煥)이 용천(龍泉)과 태아(太阿)라는 두 보검을 얻어 그중 하나를 장화(張華)에게 주었는데, 후에장화가 주살(誅殺)당하자 그 칼의 소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뇌환이 죽은 뒤 그 아들이 칼을 가지고 연평진(延平津)을 지날 때 칼이 갑자기 손에서 벗어나 물에 떨어져 사람을 시켜 물속을 찾게 하였더니, 두 마리 용이 서리어 있을 뿐이고 보검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을‘연진검합(延津劍合)’ 또는 ‘연진지합(延津之合)’이라 하여 다시 합하게 되는 인연이나 부부가 죽은 뒤에합장하는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
77)仰止高山: 존경할 만한 선현(先賢)을 사모할 때 쓰는 표현이다.《시경(詩經)》 소아(小雅) 차할(車舝)에 “저 높은 산봉우리 우러러보며, 큰길을 향해 나아가노라.[高山仰止 景行行止]”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