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허물 벗듯 먼지 쌓인 세상을 떠나, 난새가 끄는 수레를 타고 자부(紫府)로 가셨네.
遐齡稀往牒 餘慶襲微聲
오래 장수함은 옛날부터 드문 일이니, 덕있는 집안의 경사라 작은 소리로 교화시키네.
憶昔連家誼 交深兩世情
예전부터 대대로 집안 인연이 이어짐을생각하니, 두 대의 정의와 사귐이 더욱 깊었네.
喟余曾入泮 賢胤亦栖黌
아, 나는일찍이 성균관에 들어갔고, 훌륭하신 아드님 또한 같은 학교에 계셨네.
對案資磨琢 聯衿若弟兄
책상을 마주하고 서로 절차탁마의 자산으로삼았으며, 소매를 맞잡아 마치 형제처럼 지냈네.
每言題柱志84)秖爲悅親榮
매양 말하기를 반드시 뜻을 이루겠다 하니, 다만 어버이를 기쁘게 함을 영광으로 여겼네.
久切遊方戀85)猶稽至願成
오래도록 부모님을 떠나 있더니, 더디었어도 지극한 바램을 이루었네.
玉難逢善價 天未格深誠
좋은 옥은 비싼 값에 팔리기 어려우며, 하늘은 깊은 정성에 감응하지 않았네.
寸草春輝短86)慈烏怨血橫 87)
한 치의 풀과 같은 자식의 마음으로 봄날햇볕 같은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기 어렵고,
부모은혜 갚으려는 까마귀는 애통해서 가로로피 흘린네.
孝心當代事 舊櫬祔親榮
효심은 당대의 일이요, 옛 무덤을 모아 합사하는 것은 어버이를 영예롭게 하는 것이네.
雲樹千里[山]阻 存亡一夢驚
구름과 수풀이 천리 길을 가로 막으니, 살고 죽음이 한낱 꿈에서 깸이라.
無由執素紼88)南望涕沾纓
소불끈을 잡을 길 없으니, 남쪽을 바라보며 눈물로 갓끈을 적시네.
78)김현문의 만사는 같은 내용의 원문과 번역문이 『호계선생유집』에도 실려있다(신적도 저, 신해준 역주. 『역주호계선생유집』, 도서출판 역락, 2011, pP.243∼244).
79)이른바한음노부(漢陰老父)를 가리킨다. 후한 환제(後漢桓帝)가경릉(竟陵)에 행차하여 운몽(雲夢)을 지나 면수(沔水)에 이르렀을 때, 백성들은 모두 우러러보았으나 오직 한음노부만은 밭을갈면서 돌아보지 않자, 상서랑(尙書郞) 장온(張溫)이 기이하게여겨 그에게 나아가 대화를 나눴는데, 그 노부가 고금(古今)의 도리를 논하며 천자(天子)가일유(逸遊)하는 잘못을 하나하나 설명한 다음에, 성명을 물어보아도 대답하지 않고 떠나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後漢書卷83 逸民列傳 漢陰老父》
80)후한(後漢) 말엽 여남(汝南)에 살고 있던 허소(許劭)는식견이 높아 종형 허정(許靖)과 함께 명망이 있었으며, 고을 사람들의 인물을 평판하기 좋아하여 한 달에 한 번씩 품제(品題)를 하니, 이 때문에 여남의 풍속에 월단평(月旦評)이 있게 되었다 한다.《後漢書許劭傳》
81)《수신기(搜神記)》에 의하면, 옛날 광릉(廣陵)의 장자문(蔣子文)이란사람이 주색(酒色)을 매우 즐기면서 스스로 말하기를, “나의 뼈는 이미 푸르게 되었으니, 죽으면 의당 신선이 될 것이다.”고 했던 데서 온 말로, 뼈가 푸르게 된다는 것은 곧 선골(仙骨)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소식(蘇軾)의 희작종송(戱作種松) 시에 “푸른 뼛속에 파란 골수가 어리고, 단전에서 그윽한 광채가발하거든, 백발을 어찌 말할 것이 있으랴. 두 눈동자가 모가나게 되리로다.〔靑骨凝綠髓 丹田發幽光 白髮何足道 要使雙瞳方〕”라고 하였다.
82)삼팽(三彭) : 사람 몸속에 보이지 않게숨어 있다는 세 마리의 벌레로, 사람의 과실을 살피고 있다가 경신일 밤에 사람이 잘 적에 하늘로 올라가서천제(天帝)에게 고자질한다고 한다.
83)자부(紫府) : 도가(道家)에서 전해지는 전설 속에 나오는 천상(天上)의 선부(仙府)
84)題柱志:제주의 의지란, 한(漢)나라 때 촉군(蜀郡) 성도(成都)의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촉군을 떠나 장안(長安)으로가는 길에 성도의 성(城) 북쪽 승선교(昇仙橋)에 이르러 교주(橋柱)에 쓰기를 “고거 사마(高車駟馬)를타지 않고는 다시 이 다리를 지나지 않겠다.”라고 하여, 공명(功名)을 꼭 이루겠다는 포부를 갖고 떠났다가, 과연 그의 뛰어난 문장으로 한 무제(漢武帝)에게 알아줌을 입어, 그로부터 현달(顯達)하게 되었던 데서 온 말이다.
85)《예기(禮記)》에, “어버이가있는 아들은 멀리 놀지 아니하며 놀러 나가도 반드시 일정한 방향이 있어야 한다.” 하였다.
86)당나라시인 맹교(孟郊)의 〈유자음(游子吟)〉에 “한 치의 풀과 같은 자식의 마음을 가지고서, 봄날의 햇볕 같은 어머니의 사랑을 보답하기 어려워라.〔難將寸草心報得三春暉〕”라는 구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