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이 내린듯한 백지는작가의 신천지다 길을 지우고, 앞서 간 발자국을 모두 지우며 새로운 출발을 명한다
서예가들은 저마다의 걸음이 있는 셈이다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수많은 발자취를 더듬고
뚜렷한 몇몇 족적을 보듬던허구한 날들이
수북한 연습지처럼 버려진다 그런 연후에 비로소 내딛는 자신만의 걸음이다
여기 한 예인의 족적을 추적하는 며칠이 지나고 있다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 세상사를 초탈한 달관자의 걸음이
여유롭고 운치 있는 풍류가의춤과 노래로 나타난다 여러 고수의 걸음을 답습해 본 자만의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다 무사안일하지 않았기에 자초한 고난에 비틀거리면서도 중심을 잃지않고 끈끈히 배어나오는 굳센 기운 고르고 단조로운 형식을 벗어 던지고 흥에 겨워 생동하는 율동감 법을 잊은듯 모르는듯 하지만 구애받지 않는 청정무구한 무애의 걸음이로구나
숨을 고르고 정신을 집중하여 신천지에 첫 걸음을 내딛는 찰나의 무한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교차하였으리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단독자의 고뇌와 결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