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2014년 규슈대학교출판부에서 발행한 『朝鮮中近世の公文書と国家-変革期の任命文書をめぐって』을 완역한 것이다. 저자인 가와니시 유야는 현재 일본에서 한국 고문서를 주전공으로 연구하는 거의 유일한 연구자이다. 그는 외국에서 조선 초기의 실물 문서, 특히 임명문서 현황을 전체적으로 조사 분석하고, 문서에 기재된 제도 용어와 인장의 시기별 변화 양상을 치밀하게 분석하였다. 이를 통하여 조선의 외교 활동까지 분석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즉, 조선 초기에 ‘조선국왕지인’이 새겨진 인장을 명나라로부터 받아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독자적으로 ‘시명지보’를 만들어 조선 말기까지 사용하였는데, 여기에서 명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자주성도 놓치지 않으려는 조선의 노력을 읽어내었다.
□ 2009년에는 실물은 확인되지 않고 사진 자료를 통해 그 존재만 알려졌던 조선 초기 이화상의 처에게 발급된 봉작문서를 깊이 연구하고, 조선 초기 문무관의 처에 대한 봉작제도의 변천 과정과 『경국대전』 체제 이전의 문서 양식을 면밀히 살펴 학계에 발표했다. 또한 김해김씨족보에 수록된 김천부라는 인물에게 발급된 고려 말의 관직 임명문서 연구에서, ‘차부’라는 원나라에서 사용했던 관문서가 고려 말과 조선 초에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고 어떠한 문서 양식을 갖추고 있었는지를 고찰함으로써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 2010년에는 조선 후기 문인 이재 황윤석이 그의 필사본 일기 『이재난고』에 고려 말과 조선 초기 고문서 여러 점을 전사해 놓은 사실을 확인하였다. 황윤석은 지인으로부터 선조의 일대기를 정리한 행장을 써 달라는 부탁받고, 참고 자료로 제공된 고려시대의 원본 문서들을 보고 그 내용을 자신의 일기에 옮겨 적었던 것이다. 일단 저술된 행장의 내용을 고쳐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대목에서는, 선비의 양심을 걸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려는 고민도 이 일기의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 결과 일기에 수록된 것은 원본을 베껴 쓴 전사본이지만 실물 자료가 극히 드문 고려 말과 조선 초의 관직 임명문서(관교)와 녹봉 지급문서(녹패)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후속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다.
□ 이 외에도 2011년에는 1344년(고려 충목왕 즉위)에 신우에게 발급된 왕지 양식의 임명문서(관교)를 조명했는데, 이 문서는 경상북도 의성에 대대로 살아온 아주신씨 가문에 전해진 자료로서 이미 학계에도 그 존재는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조선 전기에 발급된 ‘왕지’ · ‘교지’와 달리 고려 말에 작성된 ‘왕지’의 실물은 이 사례가 유일했기 때문에 문서의 진위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이 문서에 찍혀 있는 인장이 원나라 쿠빌라이 황제 시기에 창안된 파스파 문자로 새겨진 ‘부마고려국왕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신우 왕지(관교)의 진위 판단에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였다. 즉 조선시대에는 파스파 문자를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따라서 전서체 파스파 문자의 위조가 힘들다는 점을 들어 이 임명 문서가 진본 문서라고 주장하였다.
□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한국의 고문서를 연구하면서 밝힌 연구성과를 토대로, 새롭게 연구한 내용까지 포함하여 한국 고문서 연구를 위한 중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책 정보 ]
저자 : 가와니시 유야 / 박성호 옮김
발행일 : 2020-08-31
판형 : 신국판
쪽수 : 284쪽
정가 : 18,000원
[ 저자 소개 ]
가와니시 유야(川西裕也). 일본 규슈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를 받았다. 학부 때부터 조선사에 관심을 갖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국 고문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한국 고문서와 관계된 사료를 면밀히 추적하여 해당 문서의 실상과 역사적 의미를 규명하여 한국 과 일본 학계에 지속적으로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일본 니가타대학에서 조교로 재직 중이다. 『조선 중근세의 공문서와 국가』(규슈대학출판부, 2014), 「고려 공민왕대 발급 정광도(鄭光道) 교서의 재검토」(『사림』 70, 2019), 「고려 충렬왕대 발급 송광사 노비문서」(『조선학보』 245, 2017) 등의 논저가 있다.
[ 옮긴이 소개 ]
박성호.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 말 조선 초 왕명문서를 비롯하여 한국 고문서의 제도, 양식, 변화상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말 조선초 왕명문서 연구』(한국학술정보, 2017), 「조선후기 고문서에 등장한 喪不着 표기의 기록문화적 의의」(『서지학연구』 78, 2019), 「새로 발견된 고려말 홍패의 고문서학적 고찰과 사료로서의 의의」(『고문서연구』 48, 2016) 등의 논저가 있다.
[ 차례 ]
◆ 제1장 『이재난고』 신축일력에 수록된 부마고려국왕기로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고문서―관교와 조사문서의 새로운 사례